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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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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새삼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만큼 고요했다. 그 누구의 흔적도 오간 적 없을 만큼의 고요함이었다. 바깥에 잠시나마 손을 내밀어 보면 비는 어느새 그쳐 있었다. 바닥에는 아직이나마 물웅덩이가 남아있었지만, 추위는 금세 가신 것 같았다. 아까와는 다른, 왠지 모를 기분에 당장의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 싶었다.

할머니, 할머니. 빨리 일어나봐

지금 하늘 봐, 완전 예뻐

날씨도 어제랑 다르게 따뜻한 거 같은데, 그치

그니까 우리 나가서 놀자

​응?

대답이 없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그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어제와 계속해서 몇 시간째 똑같은 자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엉거주춤하게 기어 다가가면 시간이 멈춘 듯, 미동이 없었다. 이마로 조심스레 손을 갖다 대면, 다행히 열은 내린 듯싶어 보였다. 차라리 어제처럼 비가 내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면 온기라도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어서. 힘없이 손을 이마 밑으로 떨어뜨렸다.   

자연스레 눈가 주변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렴 밖의 추위가 가라앉았다 해도, 열기가 옮겨오다니. 두 손으로 눈을 막고서 열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 행위가, 그저. 그저 무용지물이란 걸 알기까지는 별로 얼마 걸리지 않았다. 어제의 날씨만큼 위로는 비가 계속해서 쏟아졌고, 정신을 차렸을 땐 구석의 한 노트가 시야에 들어와 주었다. 손에 쥐여준, 그렇게도 익숙한 것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고민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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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놔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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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펼치기

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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