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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마지막 페이지

열이 펄펄 끓었다. 좋지 않은 몸인데 불구하고 몇 시간을 바깥에 머물렀는지 온몸이 불덩이였다. 순전히 저 탓인 것만 같은 기분에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괜한 기분에 손을 꼼지락거리면, 오히려 손을 잡아 오는 할머니였다. 그에 쳐다보면 걱정 말라는 듯한 눈빛으로 저 자신을 토닥이는 듯한 표정을 보이셨다. 잡고 있는 손마저도 뜨거웠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온기였다. 어떻게 해서든 온도를 내려야 했다. 꿇어 앉힌 두 무릎을 일으켜 세워 밖으로 향했다. 비에 다시금 옷이 젖어도 그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찬물을 두툼히 받아들고서 수건과 함께 제자리로 향했다. 밖의 비는 아까보다 거세지는 느낌이었다.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어도, 온몸을 문질러봐도 열은 쉽사리 가라앉지를 못했다. 기침 소리는 계속해서 자아내어질 뿐이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으셨는지, 입의 움직임이 보였다. 다만, 그 움직임은 도무지 실행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고개가 꾸벅꾸벅 위아래로 흔들렸다. 나무는 더 흔들리고, 어느새 몸마저도 가누지 못할 만큼의 시간이 지나있었다. 한 번의 꾸벅임을 더 스치면서 정신을 차리고는 손을 들어 이마에 갖다 대었다. 열은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져 있었다. 갖다 댄 위로 하나의 손이 새로이 겹쳐진다. 가냘프고 동시에 흔들리고 있지만, 그 목적은 뚜렷했다. 꽉 쥔 후, 이마에서 떼어 내고 다른 걸 쥐여준다. 익숙한 것이었다.   

색색 대던 숨소리가 점점 들리지 않고 있었다. 할머니, 할머니. 몇 번을 부르면, 그제야 고개를 얕게 끄덕이셨고, 이제는 점차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셨다. 비가 많이 와 병원에 갈 수조차 없었다. 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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