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편지
< 하이퍼서사 작품 >
<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정리
오랜 고민 속에서 벗어나 노트를 한 번 바라보았다. 싸늘한 공기가 계속해서 뒤를 맴돌기에, 이 공간을 벗어나고만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괜스레 다시 한번 노트를 바라보고서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공간을 벗어나고자 했다. 밖으로 나가 몇 분을 기다렸을까, 거센 비 때문에 오지 못했던 그들이 도착한 듯싶었다. 검은색 옷을 입고는 문 앞을 서성거리더니 몇 차례 두들겼다. 다가가 직접 열어주면, 안으로 들어오더니 싸늘한 몸을 들고서 다시금 밖을 향했다. 마지막 모습을 조금이나마 더 보기 위해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할머니는 그들과 그렇게 사라졌다. 한 번 더 올 것임에도 불구하고, 멀리 떠나가는 차를 한참 바라보다 문을 열고서 집으로 들어갔다. 작게 들리는 발걸음 속, 뒤에서는 갑작스레 우지끈한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에 문이 떨어져 있었다. 정말, 참으로 되는 게 없는 날이었다.
할머니를 뵈러 가기 전, 마지막으로 집을 한 번 돌아보며 정리를 했다. 평소 좋아하시던 물건들도 한쪽에 모아 같이 가지고 가려 구석에 놔두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아 나가려 채비를 하면, 까먹고 손을 대지 않은 노트가 저편에 놓여 있었다. 노트를 손에 쥐고선 가지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또다시 깊은 고민에 빠지는데, 밖에서는 차가 도착한 듯 경적이 울렸다. 순식간에 노트를 바닥에 내던지고서는 챙겨둔 짐만을 집어 들었다. 도착해 있는 차에 짐을 싣고서 뒷좌석에 타면, 목적지는 할머니에게로 설정되어 있었는지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그리고 창문으로는, 나무에서 떨어지는지도 모를 빗방울이 조금씩 흘러내렸다.
스토리텔러 : 정은승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