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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구름 위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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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주체하지 않고 쏟아붓고 있었다. 그러한 폭우 속에서 가쁜 숨을 고르는 소녀는 한쪽의 신발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곳곳의 수많은 웅덩이 때문인지 반대편의 하얀 양말과는 달리, 한쪽은 이미 흙탕 색으로 더럽혀진 지 오래되어 보였다. 원래의 색이 무엇이었는지 생각조차 못 하게끔 해주고 있다. 주변을 살펴보려 하는지 두리번거려도 폭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지, 혹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듯 보였다. 비 때문인 것 같지 않은, 그녀의 눈앞이 뿌예졌다.    

동시에 그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한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비대칭의 발로 힘차게도 뛰어가는 그녀는 어느 한 언덕 위에 도달했다. 알고 있던 장소였는지, 익숙하게도 언덕 옆의 나무 밑에 주저앉고서 큰 숨을 내쉰다. 아주 크게. 어느새 진정되었는지 숨소리가 가라앉는 걸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숨소리는 진정되지만, 추운지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점점 하늘은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그녀는 그곳에서 그대로 있을 뿐, 미동 없이 앉아있기만 했다. 그리고 더욱이 수그려 앉아 자신을 스스로 세게 껴안고 파고들고만 있었다. 바로 앞에서 작게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 이후였다.  

비는 계속해서 같은 세기로 내리고 있었다. 발걸음의 주인공은 그녀 앞에 오더니, 우산을 위로 씌워주었다. 얼마나 급하게 왔으면 짝짝이의 슬리퍼를 신고 왔을까 싶었다. 한쪽 발은 상처가 났는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게다가 우산도 쓰지 않았나 싶을 만큼, 온통 젖어있었다. 소녀는 고개를 들더니 뿌예졌던 눈에서 한 방울의, 아니 비인지 모를 액체를 종국엔 뿜어내었다.  

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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