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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가방 속의 비밀

배가 고프지 않냐며 간단하게 한 마디, 할머니는 바로 한 상을 준비하시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괜찮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멈출 줄을 모르셨다. 할머니는 마치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 듯해 보이셨다.

"아니 할머니, 배 안 고프다니까. 해줘도 안 먹을 거야. 왜 내 말을 안 들어."

몇 년을 함께 했으면서 친구보다도 내 마음을 몰라줬다. 이럴 때마다 아빠라도 옆에 있었으면 했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덜 답답하지 않았을까.  

가방을 구석 언저리에 던져놓고 바닥에 앉아있었을까, 몇 분 지나지 않고서 문이 열렸다. 익숙한 음식들이 놓인 몸집만 한 상을 주름진 손안에 한 움큼 쥐고서 구부정하게 들어온다. 결국, 이번에도 할머니의 고집이 승기를 쥐었다. 마주 앉아 넘어가지도 않는 밥을 먹으려 억지로 수저를 들면 할머니는 굳이 반찬을 하나씩 챙겨주었다. 숟가락으로 슬며시 반찬을 쳐 내어 떨어뜨려도 어떻게 아는지 다시금 올려준다. 학교에서 먹은 점심이 소화되지 않아 속이 더부룩했다. 넘어가지 않는 밥을 억지로 더 먹다가는 체할 것만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될 거 같아 그만 일어나려 하면 할머니는 매번 붙잡았다. 그만의 고정멘트로 말이다.

"벌써 다 먹은 거야? 우리 똥강아지 이만큼밖에 안 먹으면 어떡해. 많이 먹고 많이 커야지."

꾸역꾸역 입안에 음식을 모두 밀어 넣고 배가 꺼질 때까지 한참을 앉아있었다. 밥 먹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 없던 머리가, 내팽개쳐진 가방을 보자마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급하게 일어나 가방을 들고서는 방으로 향하려 했다.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발을 붙잡기 전까지는. 불안감에 가방을 내려다보면 조그만 구멍이 나 있었다. 재빨리 뒤돌아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우려 했다.

재빨리 손을 뻗지만, 그것을 향한 손은 하나가 아니었다. 

아이 손 최수장.png
할머니 손 수정.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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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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