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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그대에게

​편지 속 담긴 말은 다시금 눈가를 붉고, 뜨겁게 만들어주었다. 뜨겁게 만든 것도 모자라, 따가웠고 아팠다. 고개를 숙여 무릎에 베고서는 한동안 들지를 못했다. 부르면 저를 똑같이 불러줄 것 같은 생각에 입을 열어봐도, 아까와 똑같았다. 밖에서 누군가 왔는지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이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할머니는 그들과 그렇게 사라졌다. 함께 가야 했지만, 정리할 것이 남아있었다. 멀리 떠나가는 차를 한참 바라보다 문을 열고서 집으로 들어갔다. 작게 들리는 발걸음 속, 뒤에서는 갑작스레 우지끈한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에 문이 떨어져 있었다. 정말, 참으로 되는 게 없는 날이었다.   

할머니를 뵈러 가기 전, 옷을 갈아입었다. 눈가의 자국들도 닦아내고, 머리도 빗으며 좋아할 모습들로 만들어냈다. 항상 모든 모습을 좋아하셨던 것 같지만. 보이는 신발에 막무가내로 발을 꾸겨 넣고서 나가려는 차에 온몸이 그대로 멈추었다. 이대로는 나갈 수가 없었다. 다시 신발을 벗고서는 안으로 들어와, 서랍장을 열었다. 분명 어딘가에 있었는데, 꼭 찾을 때면 보이지가 않았다. 여러 차례 헤매다 결국 찾으면, 손에 보이는 것은 오래된 한 편지였다. 조금은 색이 바래 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쓰는 데는 별 무리 없어 보였다.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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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강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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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내려놓자 한결 편안해짐을 느꼈다. 다 쓰인 것을 품에 집어넣고선, 아무렇게나 놓인 신발들을 바라보았다. 할머니가 아끼던 신발이 저 멀리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한 손으로 가지런하게 앞에 끌어와서는, 두 발을 집어넣고야 밖을 향할 수 있었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었다. 

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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