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편지
< 하이퍼서사 작품 >
<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첫 사진
온전히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는 것만이 이제는 유일한 낙이 되었다.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아침마다 생각하고, 행복하게만 자라주길 밤마다 기도하곤 한다. 언제쯤 크나 싶었는데, 곧 있으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었다니. 어린아이들에게는 입학 선물로 무얼 사주나 싶다. 옆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게,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새 들어 아이가 커가는 걸 보는 게 다른 의미로는 두렵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지금이 지나가는 자체가 점점 아쉬웠기 때문인데, 예전의 추억들을 남겨놓지 못한 게 혹여나 나중에 한으로 남지는 않을까. 조바심이 조금씩 들고 있었다.
결국 고민하다 택한 것은 사진이었다. 마을 구석진 곳에는 작은 사진관이 존재하고 있다. 딸아이가 요만할 때부터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니. 이곳도 참으로 질긴 곳이구나 싶다. 오래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만의 특색이 담긴 사진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진을 찍고선 언덕 위에 잠시나마 별을 배경 삼아 앉았다. 도란 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뒤로 숨긴 선물을 언제쯤 주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입 밖으로 나오고야 만다.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무엇이든 담고 싶은 게 있으면 이곳에 담으라 하고 노트를 건네주었다. 선물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 아이가 오래도록 기억될 것만 같았다. 당장의 노트를 펼친 아이는, 곧장 앉는 자세를 바꾸어 언덕 위에 엎드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저의 위에는
별이 반짝였고,
그 옆에서는 찍은
사진만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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