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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잃어버린 토끼

쿵쾅.

     무슨 소리지?

                 내 얘기인가?

톡톡. 멍하니 있다가 뒤에서 두들기는 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성아 씨, 저번에 부탁했던 파일은 완료했어요? 아니 지금 달라고 하시네. 사람이 갑자기 이러면 어떡해 참."

​정말 갑자기 이러면 어쩌자는 거지. 다 해서 망정이었다. 파일을 손에 건네주고서, 시선은 다시금 노트북을 향했다. 뒤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뒤통수가 따가웠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이러다 정말 혼자가 되면 어떡하지, 이보다 더 밑바닥으로 내려가면 어떡하지. 온갖 별의별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진 건 한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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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아 씨." 그놈의 성아 씨, 성아 씨. 그만 불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지긋한 호칭에 몸서리치고서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셋은 환한 웃음을 보이며 날 향해 있었다.

​"우리 퇴근하고 술 한잔하려 하는데 같이 갈래요? 아니~ 성아 씨는 바쁘다고 매번 못 갔잖아요. 오늘 과장님이 또 한 소리 하신 거 같은데.... 같이 풀고 그래요."

그렇게 말하는 그들의 목소리에서는 신기하게도 아무런 높낮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하루를 그저 스쳐 지나보내는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괜스레 어물쩍 넘어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나는 남들과는 다르게 예민한 부분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니 입은 움직이고 있지만, 눈은 한 곳에만 위치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선은 노트북 속, 그중에서도 구석의 채팅방에만 몇 초가량을 머물렀다.

이미 모든 내용을 읽어버린 걸 확인했는지, 그들 사이에서는 짧은 정적이 흘렀다.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지 못하는 눈치싸움이 몇 분간 지속됐다. 그때 가장 먼저 입사한 동기가 먼저 말을 꺼내었다. 

"아, 일이 많으신 거 같네요. 오늘도 시계를 보시고.... 어쩔 수 없으시겠어요. 아쉽다."

​말을 하면서 흘러나오는 비소가 보임에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오직 그녀가 보여주는 눈빛에 사로잡혀 빠져나올 수가 없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한동안 제자리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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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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