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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어항 속의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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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불렀는지 알고 있지. 이번이 대체 몇 번째야, 몇 번째!"

또 시작이다. 아주 못 잡아먹어 안달 난 사람처럼. 

"다른 사원들 좀 봐, 일만 잘하잖아. 여길 이렇게 자주 들락날락하는 것도 능력이겠어 정말. 맘대로 자르지도 못하고 이거 원."

점점 언성은 높아지고 유리창 뒤편에까지 닿아 동기, 선배 누구나 할 것 없이 힐끔 쳐다보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준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어. 설마 아직도 못 끝낸 거야? 매번 자리에서 시계만 자꾸 들여다보니까 기간을 못 맞추지! 사람이 어쩜 그래? 혼자만 집에 가고 싶나, 다 가고 싶어. 자꾸 이기적으로 굴지 좀 말자. 내가 다른 건 기대도 안 할 테니까 제발 주는 일이나 좀 잘해줘, 제발."

 

내쫓기다시피 밀려난 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제자리로 향했다. 주위에서 느껴지는 시선들에 저절로 온몸이 웅크려진다. ​앉자마자 자연스레 울리는 노트북 속 알림. 알림을 확인하고선 눈이 빠르게 돌아갔다.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퇴근 시간까지 한참 남은 걸 알려주듯, 창밖의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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