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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실수와 고의

​탁하고 소리가 날 만큼 거세게 손을 쳐버렸다. 고의가 아닌 무의식에서 나와버린 것이었다. 명백히 실수였다. 쳐버린 손을 조심스레 부여잡는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며 순간 당황했다고 말을 하려 입을 열었다. 머릿속에서는 입을 열라고 명령하지만, 윗입술과 아랫입술은 반항하듯 마음대로 떨어져 주질 않았다. 아래에 그대로 놓인 종이를 바라보다 다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흔들리는 눈빛이 여기까지 그대로 닿아왔다. 그 눈빛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허리를 숙여 재빨리 종이를 손에 욱여넣었다. 뒤에 던져진 가방도 함께 챙기고서는 방으로 쫓기듯 들어가 문을 닫았다. 세게, 쾅 소리가 났다. 그에 깜짝 놀라 가방은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누가 들어도 오해할 만한 소리였다. 다시 여닫는 것도 웃긴 행동이었다. 정말 바람 때문이었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입술이 아닌 발이 반항하듯 움직여주질 않았다. 

조금씩 잠이 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새 들어 식곤증이 도지기 시작하더라.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해야 했지만, 모든 것이 너무나도 귀찮았다. 그에 이불을 대충 깔고서 그대로 드러누웠다. 뜬눈 위로 보이는 것은 온통 까만 방이었다. 너무 어두워 조그만 빛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점차 눈이 감기려는 찰나에 밖에서는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무슨 소린가 싶어 눈을 떠 집중을 하니 바로 이어 발걸음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그때 문소리도 들리면서 정리하는 소리란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몇 번 더 들리고 나서 잠잠해지더니 그제야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든 건 한순간이었다. 

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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