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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뜻밖의

이상한 꿈이었다. 현실적이었다 할 만큼 모든 것들이 다 들어맞았다. 때마침 두 눈 사이로 보인 것은 가방 속에 구겨 넣어진 색바랜 노트였다. 차마 꺼내 보기가 무서워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 행동에서 움직임을 깨워낸 건 옆자리의 친구였다. 

저 사람 누구야...?

무슨.... 고개를 든 순간 허공에서는 두 눈이 마주쳤다. 흐르는 정적. 또다시 속에서는 무엇인가 들끓고 있었다. 동시에 의문 모를 그것들은 계속해서 안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 공간은 오롯이 마주친 두 눈의 주인공과 저만으로 감싸여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한 시선들은 자꾸만 저를 향해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옆에서는 끊임없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는 할머니가 오셨나 봐

어떻게 왔는지, 어떠한 이유로 왔는지.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바람은 언제나 이루어지지 않아지듯, 이미 웅성거림은 커지고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건 화장, 옷차림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여기서 귀를 막는다면 열거될 이야기는 하나 추가될 것이다. 손을 꽉 쥐어 눈을 감고서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때 들려온 건 바로 옆자리에서의 한마디였다.

진짜 별로다

워낙 많은 말을 해서 누군가를 향한 말이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건, 지금 당장의 기분을 설명할 말로는 충분했다는 것이다. 몸을 돌리고서 호탕하게 웃는 친구에, 어떠한 말을 해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헛구역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재빨리 가방을 챙기고서는 교실 밖을 나섰다. 

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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