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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새로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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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져가는 무렵, 모든 소리는 한곳으로 집중되어 있다. 들리는 소리는 너무나도 나긋하고 잔잔하여 그 누구도 사이로 끼어들려 하지 않았다. 온 세상은 두 사람에게만 속해 있듯 싶었다.  나이 차이가 좀 나나 싶게 한 사람의 얼굴에는 주름이 움푹 패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조그만 아이는 생기있게 웃으며 패인 구멍을 누르고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느덧 해의 모습은 사라지고, 온통 하늘은 어둠으로 가라앉았다. 그때까지도 두 사람의 소리는 계속되었다. 그들 위로 하나의 손이 길게 뻗어지고, 목소리가 겹쳐진다.

수연아, 앞으로 네 이름은 성아야. 알겠지?

누군가의 이름이 바뀌는 듯 싶었다.

할머니 왜? 내 이름 놔두고 왜 성아로 바꿔?

아직은 앳돼 보이는 목소리로 이유를 묻지만, 그에 응하는 목소리는 끝까지 들려오지 않았다. 보이는 건 더욱 움푹 패는 표정뿐이었다. 그리고 별은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반짝거렸다.

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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