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편지
< 하이퍼서사 작품 >
<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두 갈림길
11월의 낮치고는 하늘에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고 있다. 서늘한 바람이 불고 안개가 껴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비가 내릴 것만 같다. 조용한 마을에는 바람에 휘날리는 나무 소리만 들리고 있다. 이곳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이라 사람들도 잘 다니지 않는데, 저 멀리서 투박한 발걸음으로 소리 내며 걸어오는 소녀가 보인다. 소녀는 곧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작은 집으로 들어간다. 그 심정을 대변하듯 문도 허물어져서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떨어질 것만 같아 보인다. 누군가 뒤를 쫓아왔는지,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다. 몇 분도 되지 않고 곧바로 같은 집 안으로 주름진 노인 한 명이 더 들어간다.
정적을 깨뜨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 소리의 발원지는 허물어가는 문 뒤편에서 시작되고 있다. 예전에는 들려온 적이 없는, 큰 소리였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입에서 무수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면, 노인은 그저 듣고만 있었다. 계속해서 일방적인 말들만 지속하고 있고, 어느 순간에도 멈출 줄을 몰라 보였다. 주변을 둘러보면 난장판이었다. 누군가 집어던졌는지, 여러 물건이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쪽팔려"
노인의 얼굴에는 어떠한 변화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밖은 어느새 세차게 비가 오고 있었다. 말릴 새도 없이 뛰쳐나가는 아이에 내뻗어진 손은 그렇게 다시금 안으로 쥐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 사이로 액자 하나를 들어 올렸다. 천천히 바라보는 얼굴에서는 느릿하게 떨어지는 눈물이 보였다.
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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