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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그의 가정

할머니한테는 미안하지만, 정말 미안하지만. 엄마 아빠 중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난 더 행복하지 않을까.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사실 아빠가 어디 사는지는 알고 있으니까, 찾아가도 되지 않을까. 몇 번이나 찾아가려고 고민도 했었다. 단지 할머니 때문에 참았을 뿐이지. 

​숨기려 한 것인지, 아니면 숨기려고 노력도 안 한 것인지. 정확한 건 모르지만, 날 위한 행동이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오히려 할머니 좋자고 그랬던 거 아닌가. 전화를 하려면 안 들리게 하던가.......

걔가 뭔 아버지야

다 버리고 떠난 주제에

그래, 거기서 잘살고 있더니만

돈은 무슨, 이딴 거 다 필요 없어 뭘

내가 잘 키우고 있는데, 자기나 잘하라지

 

호로새끼

전화가 끝난 후, 할머니는 잠시 자리를 비웠었다. 그때 재빨리 들어가 봉투에 적힌 주소를 보고 알아냈었다. 돈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날, 포기한 게 아니었어. 이 생각만을 가지고 참았었는데,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버틸 수가 없었다.

적힌 주소와 번갈아 보며 맞는지 확인을 여러 차례 했다. 혹시나 틀리면 또다시 이 길을 걸어야 할지 모르니, 괜한 시간만 낭비하면 그렇지 않은가. 나만 아빠를 찾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니 시간을 이렇게 쓰고 있어서는....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언뜻 보아도 화목한 한 가족처럼 보이길래 자연스럽게 따라서 웃음이 지어졌다. 부러웠다. 말을 걸려는 차에 익숙한 집 쪽으로 들어서는 게 보였다. 방금 동안 여러 번 본 집이었다. 아, 딸을 가졌구나. 내뻗어진 손이 그대로 다시 내려졌다. 그의 표정을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고, 모든 사람의 표정 중 제일로 행복한 사람인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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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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