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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흔적

고른 숨소리가 옆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자국이 깊게 새겨진 글자들을 바라보면 괜스레 아까보다 한쪽이 더 아파져 오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방바닥의 온기를 느끼고 있으면, 또다시 옆에서 숨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온다. 그 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서는 챙겨놓은 가방을 들어 올린다. 가방을 열고서는 펼쳤던 종이를 다시 구겨 집어넣어 주었다. 잠그려던 사이에 보이는 노트 하나. 새것들 속 어울리지 않게 혼자서만 색이 바래 있었다. 어쩐지 낯이 굉장히 익더라니. 아직도 지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혹시나 깰까 봐 뒤를 흘끗 쳐다보면, 너무나도 곤히 자는 조그만 아이가 있었다. 손을 집어넣고서 노트를 꺼내 자리에 앉은 건 또 한순간이었다. 

아이의 노트를 읽은 건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그때 이후로 아마 읽은 적이 없었으니.... 이제는 이렇게라도 몰래 읽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잘못된 행동이지만. 한 장씩 종이를 넘기다 보면 허리가 아픈지도 모르고 저절로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계속해서 넘기다, 중간에 손에 잡히는 부분이 있었다. 무엇인가 꾸깃하여 넘어가지를 않았다. 오래돼 주름이 지었나 싶어 그 부분을 먼저 살펴보려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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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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