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편지
< 하이퍼서사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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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편지 _ 작은 손
딸아이가 죽었다. 딸아이의 남편이라는 놈은 다른 계집년과 바람이 나서 도망을 갔다. 그래, 갓 난 네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 부모들 밑에서 태어났겠느냐. 이 빌어먹을 놈들. 어미보다 먼저 가다니 이 죽일 년. 이 불효년 같으니라고. 차라리 너도 같이 데리고 갔어야 했는데. 뭔 이 할미에게 남겨놓고 간다고. 그래.... 그냥 우리 같이 죽자꾸나.

집에 있다 하는 모든 약을 쓸어 담고서는 바닥에 부었다. 흩뿌려진 알약들은 셀 수도 없을 만큼 그 양의 개수를 자랑했다, 한 움큼 주어서 가져다가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자신의 처지도 모르는지 눈을 마주치고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귓가에는 맑은 웃음이 들려오지만, 그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손에 쥐여주었다. 마주친 눈을 피해 입안으로 흔적을 모두 없애버린다. 목울대를 꿀꺽 넘겨 정신의 혼미해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는 빤히 바라보더니 기어 와서는 두 손을 벌리고서 안긴다. 그리고서 꽉 쥔 손에 자신의 손을 맞잡아준다.

무엇이 옳은 건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헛구역질이 나올 뿐이었다. 깊은 아래에서부터 끓어 올렸던 덕인지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걸 핑계로 목 놓아 울고 싶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모든 게 원통하고, 또 원통했다. 그저 펑펑 울고 싶었던 마음만 남아있었다.
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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