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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속마음

한창 그럴 때지 뭐, 나중에는 더 심해질 수도 있어

그러게 왜 자꾸 그렇게...

그러면 맛없다니까

이해 못 할 맥락의 말들이 오갔다. 음식 이야길 하는 건지, 다른 집 이야길 하는 건지. 여러 이야길 오가는 것 같기도 했다. 소리가 작아 들리지 않는 건가 싶어 문에다가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혹시나 들킬까 봐 온몸의 중심을 잡아 문에 흔들림을 주지 않으려고도 노력했다. 몸을 가까이하니 그나마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싶어 귀에 온 집중을 쏟아부었다. 그제야 어떠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계속 그러면 언젠가는 한 번 크게 화낼 걸

우리 손녀도 요새 엄청 예민해

어휴, 지 조금 컸다고 아주 난리가 아녀, 난리가

화가 났다. 항상 남몰래 이렇게 뒷말이나 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으니. 언제부터 이렇게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를 배신감이 들었다. 환한 얼굴로 우리 똥강아지, 똥강아지 할 때는 언제고,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방에 보일러를 틀어놨는지 얼굴이 시 붉어진 게 느껴졌다. 참으려 해도 열이 점점 더 올라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졌다. 대화와는 상관없이 찬바람을 맞이할 겸 문고리를 잡았다.    

그니까, 내 말은 그렇게 애 자꾸 놀리고 그르지 말라고 

" 우리 똥강아지, 내가 제일 잘 안다 "

" 성아 내 새끼잖아, 걱정 말어 "

잡은 손을 놓았다. 가슴이 턱 하고 막힌 기분이었다. 그 후로 외부인이 사라질 때까지 한동안 열은 가라앉지를 못했다.

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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