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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퍼서사 작품 >

11월의 편지 _ 별명이자 별종

우리 똥강아지가 최고야

​우리 똥강아지, 밥 먹었어?

똥강아지, 일찍 자야지.​ 안 자고 뭐해

​똥강아지... 화났니

할머니는 내 이름을 부른 적이 거의 없으셨다. 놀러 온 친구들 앞에서도 이름을 부른 적이 없으셨고, 친구들을 고사하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도 내 이름은 어느 순간 사라져있었다. 어릴 때부터 계속해서 불려온 별명이었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모든 것이 짜증 나는 날. 아무 말 않고 조용히 방에 들어가려는데 할머니는 자신만의 용어로 나를 불러세웠다. 똥강아지. 그에 묵묵히 서 있다가 다시금 발걸음을 옮기는 저를 보고서 또 불러세운다. 속에서 무언가 들끓는 동시에 허공에서 눈이 마주친다. 불안하게 떨어지지 말았어야 할 입술이 떨어졌다. 그대로 내뱉지 말아야 할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말들은 지금 생각해보면 초등학생이 알고 있는 말 중 가장 나쁜 단어였지 않았을까. 아끼고 아끼던 손녀가 그런 모습을 보이니 할머니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듯싶었다. 그대로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잠을 자고 일어났다. 밖은 어느새 어두워졌는지 문틈 새로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문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귀로 조그만 소리가 들려왔다. 듣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들리는 소리에 눈길이 자동으로 따라갔다. 보이지도 않을 빈틈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익숙한 실루엣이 비추어졌다. 그 익숙한 형체의 옆에는 누군가 함께 있는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스토리텔러 : 정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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